새벽 두 시의 라면



1.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태양


새벽 두 시.

도시는 밤이라는 거대한 침묵 속으로 몸을 숨겼지만, 골목 모퉁이의 편의점만은 꺼지지 않는 등대처럼 홀로 깨어 있었다. 쇼윈도 너머로 쏟아지는 백색의 형광등 불빛은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시린 태양이었다. 그 인공의 빛 아래에서 냉장고 컴프레서의 나직한 우는 소리와 천장에 매달린 CCTV의 조그만 적색 점멸등만이 청년 민준의 유일한 동료였다.

스물여덟.

민준에게 청춘이란 단어는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처럼 서글픈 무언가였다. 취업 준비만 벌써 네 번째 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낮에는 눈이 시리도록 모니터를 바라보며 이력서의 자기소개서를 고쳐 썼고, 밤에는 편의점의 계산대 뒤에 서서 밤을 지새웠다.

동기들은 하나둘 번듯한 대기업의 사원증을 목에 걸었고, SNS에는 주말마다 다녀온 해외여행 사진과 세련된 청첩장들이 범람했다. 그 화려한 흐름 속에서 민준의 시간만은 백포크가 꽂힌 컵라면의 모래시계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멈춰 있는 듯했다. 매일 밤 밀려오는 낙오감은 새벽녘의 안개처럼 발목부터 차갑게 스며들었다.

그러던 어느 시린 겨울밤이었다.

자동문이 신경질적인 전기음으로 "딩동" 하고 울리며 열렸다.

시간은 정확히 새벽 두 시. 칼바람과 함께 회색 털모자를 깊게 눌러쓴 한 노인이 걸어 들어왔다. 노인은 말없이 매대를 걸어 다니더니 늘 같은 것들을 집어 들었다.

붉은 국물의 컵라면 하나.

참치마요 삼각김밥 하나.

그리고 온장고 구석에 있던 따뜻한 레트로 캔커피 하나.

계산대 앞에 선 노인의 손은 겨울 가뭄에 튼 논바닥처럼 거칠고 갈라져 있었다.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지폐 세 장을 내밀었다.

"2,900원입니다. 거스름돈 100원 여기 있습니다."

노인은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거스름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은 뒤, 유리창을 마주 보고 늘어선 좁은 바 테이블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포트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라면 용기에 붓고, 뚜껑을 덮은 뒤 삼각김밥의 비닐을 뜯는 손길은 마치 엄숙한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느리고 조심스러웠다.

정확히 이십 분 뒤. 노인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쓰레기를 분리수거함에 깔끔하게 넣고는 밤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그게 첫날의 전부였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리고 한 달이 지나 계절의 모서리가 조금씩 닳아갈 때까지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노인은 언제나 새벽 두 시에 들어와 이십 분간 침묵 속에서 라면을 먹고 떠났다.

민준은 어느새 벽시계를 보지 않고도 노인의 등장 타이밍을 감지하게 되었다. 새벽 한 시 오십오 분이 되면 가슴 한구석에서 묘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다.

'이제 곧 오시겠네.'

이름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타인이었다. 그러나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민준의 차가운 새벽은 아주 조금씩 메워지고 있었다. 사람은 참 이상했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어도, 그저 눈앞에 존재해 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이가 있었다.


2. 힘든 사람의 눈빛


봄의 기운이 편의점 유리창에 맺힌 성에를 녹여 가던 삼월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노인이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려던 찰나였다. 늘 바닥만 향해 있던 노인의 메마른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민준에게 건너왔다.

"젊은이."

민준은 바코드를 찍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예? 저 말씀이십니까?"

노인은 모자 챙 아래로 깊게 패인 눈을 들어 민준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눈빛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겨울을 견뎌낸 흙처럼 깊고 따뜻했다.

"오늘도... 힘든 하루였나?"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민준의 심장 가장 깊은 곳이 툭 하고 건드려진 느낌이었다. 최근 연이은 서류 탈락 소식에 영혼까지 탈탈 털린 채 출근했던 밤이었다. 부모님께는 차마 말하지 못해 속으로 삼켰던 울음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던 날이기도 했다. 누군가 자신에게 진짜 괜찮냐고, 혹은 힘들었냐고 물어봐 준 것이 대체 얼마 만이었던가.

민준은 울컥 차오르는 감정을 감추려 짐짓 싱거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 티가 좀 많이 났나요? 거울이라도 좀 봐야겠네요."

노인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입가에 내려앉은 주름이 잔잔한 물결처럼 퍼졌다.

"숨길 것 없네. 힘든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눈을 하고 있거든. 나이가 들면 그 눈빛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네."

그날 밤을 기점으로 두 사람 사이의 침묵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대단한 대화는 아니었다. 노인은 라면이 익는 3분 동안, 혹은 식사를 마친 뒤 계산대를 지나치며 아주 짧게 안부를 물었다.

노인은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민준이 털어놓는 파편 같은 고민들을 가만히 들어주었다. 취업 시장의 가혹함,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 이 좁은 편의점을 영영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다는 고백까지.

노인은 단 한 번도 "노력하면 된다"라거나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 같은 섣부른 조언을 건네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늙은 나무처럼 그 자리에 서서 민준의 서툰 방황을 다 받아줄 뿐이었다.

그리고 편의점 문을 나서기 전, 노인은 항상 같은 인사를 건넸다.

"오늘도 잘 버텼네."

그 짤막한 일곱 글자는 민준에게 그 어떤 자기계발서의 문장보다, 화려한 격려의 말보다 따뜻하게 심장을 데웠다. 어둠 속에서 홀로 헤매는 줄 알았는데, 누군가 나의 버팀을 지켜보고 인정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민준은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다.


3. 오지 않는 새벽 두 시


지독한 장마가 시작되던 유월의 어느 날이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장대비가 편의점 천장을 두들겨 팼다. 빗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웠던 그날, 새벽 두 시가 지나도 노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민준은 수시로 자동문 너머 어두운 골목길을 쳐다보았다. 노란 우산을 쓴 누군가가 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이내 낯선 이의 실루엣으로 바뀌곤 했다.

새벽 세 시.

네 시.

결국 날이 밝아올 때까지 노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못 나오셨겠지.'

민준은 스스로를 달랬다. 하지만 이튿날도, 사흘째 되는 날도 노인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넘어가자 민준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졌다. 편의점 구석의 바 테이블을 볼 때마다 노인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매일 새벽 그곳에 앉아 천천히 면발을 건져 올리던 노인의 뒷모습이 환영처럼 맴돌았다. 주소도, 연락처도, 심지어 성함조차 모른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뼈아프게 다가왔다. 우리는 매일 가장 깊은 속내를 나누었으면서도, 정작 서로의 세상에서는 철저한 타인이었다는 괴리감이 민준을 짓눌렀다.

"사람 관계라는 게 참 이상해..."

민준은 영수증 롤을 갈아 끼우며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건만, 그 끈은 바람 한 번에 쉽게 끊어질 만큼 얇은 실줄에 불과했던 것 같았다.


4. 유품이 된 편지


노인이 사라진 지 보름쯤 지났을까.

눅눅한 빗줄기가 보슬비로 잦아든 오후였다. 교대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출근한 민준이 매대를 정리하고 있을 때, 단정하게 차려입은 사십 대 후반의 중년 여성이 편의점 안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계산대에 서서 민준의 얼굴을 한참 동안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매일 새벽에 근무하시는 그 청년분이 맞으신가요?"

"네, 제가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만. 무슨 일이신가요?"

여성은 가방 속에서 작고 낡은 가죽 봉투 하나를 꺼내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봉투의 모서리는 헤져 있었고, 겉면에는 어설픈 글씨로 '편의점 청년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저희 아버지가 꼭... 전해 달라고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민준의 심장이 아래로 뚝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숨이 턱 막혀왔다.

"아버님이요...? 혹시 매일 새벽 두 시에 오시던..."

여성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네. 회색 모자를 쓰시던... 지난주 수요일에 병원에서 조용히 눈을 감으셨어요. 지병이 있으셨는데, 마지막 한 달 동안은 상태가 아주 안 좋으셨거든요. 그런데도 매일 새벽 두 시만 되면 억지로 몸을 일으키셔서 편의점에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셨어요. 저희가 말려도 소용이 없었죠."

여성은 잠시 목이 메는 듯 말을 멈췄다가, 민준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아버지가 병상에서 그러시더군요. 그 편의점에 가면 우리 동우를 닮은 착한 청년이 있다고... 그 청년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듣는 게 아버지 생의 마지막 구원 같았다고 하셨어요. 전해 주지 못해 미안했던 마음을 그 청년에게 대신 전하고 싶으셨대요.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아버지를 외롭지 않게 해 주셔서."

여성이 떠난 뒤에도 민준은 멍하니 계산대에 서 있었다. 편의점 안을 채우는 백색 소음들이 멀리서 들려오는 메아리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날 아침, 교대를 마치고 원룸으로 돌아온 민준은 삐걱거리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떨리는 손으로 가죽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오래된 흑백 사진 한 장과 빛바랜 편지지가 들어 있었다.

사진 속에는 젊고 다부진 체격의 노인과 그의 어깨에 매달려 세상을 다 가진 듯 활짝 웃고 있는 열 살 남짓한 어린 소년이 있었다. 소년의 맑은 눈매는 거울 속 민준의 눈매와 기묘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민준은 천천히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종이 위에는 힘없는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삐뚤빼뚤한 서체가 박혀 있었다.


젊은이.

내 이름은 굳이 알 필요 없네. 그저 먼저 길을 걸어간 쓸쓸한 늙은이일 뿐이니까.

나는 스무 해 전, 자네와 꼭 닮은 내 외아들 동우를 사고로 먼저 보냈다네. 품 안에서 키운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삶이란 껍데기만 남은 나무와 같더군.

처음 자네가 계산대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네. 거칠고 험한 세상에서 버티느라 어깨를 웅크린 채, 하지만 눈빛만은 꺾이지 않으려 애쓰는 자네의 모습에서 내 아들의 유령을 보았네.

매일 먹지도 않던 인스턴트 라면을 먹으러 편의점에 간 건, 사실 자네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였네. 자네가 힘들다고 투정 섞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한 번도 해 주지 못했던 내 자식의 투정을 듣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면서도 참 따뜻했다네. 살아 있는 인간이란, 결국 누군가의 안부를 물으며 자신의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존재더군.

내 마지막 인생의 정거장에서 자네를 만나 참 고마웠네. 자네 덕분에 나는 아들에게 다하지 못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털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어.

마지막으로 인생을 먼저 산 늙은이로서 부탁을 하나 하겠네.

나처럼 때늦은 후회를 하며 살지 말게.

부모님께 자주 전화 드리고,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미루지 말고 마음을 다해 표현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자네 자신을 절대 포기하지 말게.

자네는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가치 있고, 괜찮은 사람이라네.

비록 나는 이제 새벽에 갈 수 없지만, 자네의 앞날을 늘 뒤에서 응원하겠네.

잘 버텨내 주게. 고맙네, 젊은이.

편지가 끝나는 구절에서 민준의 눈물이 툭 투둑 소리를 내며 종이 위로 떨어졌다. 눈물은 노인의 삐뚤빼뚤한 글씨 위로 번져갔다. 민준은 편지를 가슴에 꼭 끌어안은 채,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아주 오랫동안 소리 내어 울었다. 그 울음은 지난 4년간 쌓여왔던 실패의 아픔과 외로움을 씻어내리는 정화의 의식과도 같았다.


5. 온기의 순환


어느덧 매서운 장마가 가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지나 또 한 번의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민준은 마침내 지긋지긋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되었다. 큰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한 고즈넉한 작은 출판사에 에디터로 당당히 취직한 덕분이었다. 월급은 넉넉하지 않았고 매일 산더미 같은 원고에 치여 야근하기 일쑤였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기에 마음만은 매 순간이 벅찼다.

늦은 밤까지 첫 단행본 기획안을 붙들고 씨름하다 퇴근하던 어느 날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던 민준의 발걸음이 익숙한 길모퉁이에서 멈춰 섰다.

자신이 꼬박 1년을 바쳤던 그 편의점이었다.

민준은 습관처럼 자동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따뜻한 온기와 특유의 편의점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계산대에는 낯선 아르바이트생이 서 있었다. 민준은 매대를 천천히 걸어가 라면 하나와 참치마요 삼각김밥 하나, 그리고 따뜻한 캔커피를 집어 들었다.

계산을 마친 그는 유리창 앞 바 테이블 자리에 앉았다. 뜨거운 물을 붓고 뚜껑을 덮은 뒤, 조용히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았다. 창밖의 도시는 여전히 어둡고 쓸쓸해 보였다. 하지만 민준은 더 이상 그 어둠이 무섭지 않았다.

비록 육신은 사라졌지만, 한 노인이 목숨을 깎아 건네준 온기가 자신의 마음에 뚜렷하게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어르신, 저 오늘도 잘 버텼습니다.'

민준은 마음속으로 나직이 읊조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편의점 자동문이 "딩동" 하며 열렸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온몸이 푹 젖은 얇은 교복 차림의 여학생 한 명이 주춤거리며 들어왔다. 학생의 품에는 붉은색 줄이 잔뜩 그어진 모의고사 성적표가 삐죽 나와 있었고, 지친 눈동자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마치 몇 년 전, 길을 잃고 헤매던 민준 자신의 눈빛을 보는 것 같았다.

학생은 매대 앞을 서성이다 가방에서 꼬깃꼬깃한 동전들을 꺼내 손바닥 위에서 세어보고 있었다.

민준은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그리고 온장고로 가 따뜻한 베스트셀러 캔커피 하나를 꺼냈다. 학생의 계산대로 다가간 민준은 커피를 내밀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이거 마셔요. 날이 많이 춥네요."

여학생은 깜짝 놀라 붉어진 눈으로 민준을 바라보았다.

"아... 저 돈이 없는데..."

"선물이에요. 나도 예전에 이 편의점에서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을 받았거든요."

민준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편의점 문을 나섰다. 등 뒤로 자동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밤공기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발걸음만은 봄바람을 탄 듯 가벼웠다.

삶이란 어쩌면 거창한 성공을 거두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무조건적으로 건네준 작은 온기를 품고 버티다가, 마주친 또 다른 시린 영혼에게 그 온기를 가만히 전해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이 외로운 도시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이유일지도 몰랐다.

가로등 불빛 아래를 걸어가는 민준의 귓가에, 눈부시게 선명한 노인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했다.

"오늘도 참 잘 버텼네, 젊은이."


작가의 한마디

본 작품은 차가운 현대 사회의 단면을 상징하는 공간인 '새벽 편의점'을 배경으로, 세대를 뛰어넘은 두 인간의 정서적 교감과 위로를 다룬 위로·감성 소설(휴먼 드라마)입니다.

각자의 상실과 방황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작은 행동을 통해 어떻게 치유받고 성장하는지, 그리고 그 온기가 어떻게 다음 사람에게로 순환되는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새벽은 단순히 어둠의 연장이 아니라, 밤을 견뎌낸 이들이 온기를 나누는 가장 따뜻한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차가운 세상 속에서도 묵묵히 오늘을 버텨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와 불빛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쓴이: 윤슬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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